나는 저녁에 투잡으로 배달하는 사람임
아무튼 대충 딸배
'선생님, 이쪽으로 가면 ㅇㅇ맞나요?'
아까 한시 쯤에 배달 마치고 갓길에 서서 담배 한대 피는데 많아야 25살 쯤 돼 보이는 남자가 길을 묻더라.
아주 말끔하게 멀쩡히 생겼던데 버스는 끊겼고
택시비가 없어서 걸어가려는 느낌이었어.
그 남자가 물어본 목적지는 차 타고 10분 컷인데
걸어 가려면 산을 삥 돌아 가야돼서
1시간은 걸어야 되는 곳이야.
가는 길을 알려주긴 했는데 걷기엔 꽤 멀다고 했더니
감사하다면서 바로 서둘러 가더라.
나도 신호가 바뀌어서 출발했는데
집으로 가는 동안 계속 신경 쓰였어.
어디서부터 걸었는진 몰라도 꽤 지쳐보이기도 했고
착한 펨붕이 형들처럼 순하게 생긴 친구였거든.
이 추운 날씨에 한시간 동안 걷는게 쉬운 것더 아니구..
비록 작은 배달 오토바이일지라도 데려다주겠다고 말은 할 수 있었는데 그냥 보낸게 마음에 걸리더라고.
그래서 방향 돌려서 다시 내가 알려줬던 길 따라가니까 아직 멀리 못 갔더라고...ㅋ 내가 거기까지 데려다주겠다고 했더니 꾸벅 인사하면서 거절은 안 하더라. 처음 봤을 때보다 더 지쳐보였어. 아마도 꽤 오래 걸었겠지?
목적지 옆에 편의점에서 스타벅스 따블샷 하나씩 나눠 마시고 가려는데 나중에 사례하겠다고 번호 알려달라는거 괜찮다고 쿨하게 거절때리고 집에 왔어.
이 글을 왜 쓰냐면
나도 이십대 때 돈이 없어서 택시는 못 타고 자주 걸어다녔는데 그때 재밌는 일들이 참 많았었거든ㅎ
덕분에 누워서 잠은 안자고 추억여행 하고 있네....ㅋㅋ 얼른 자야 아침에 또 출근..하는데....ㅋ
오늘 데려다준 그 친구는 10년 후에도 이 일을 기억할까?
사실 나는 나의 10년 전이 그리운 것일지도..?ㅎ
시간이 참 빠르네 괜히..ㅋ
아까 만난 남자 때문에 잠이 안옴. 의 댓글 (11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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