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볼

영등포 모텔 글 보고 제가 안산에서 겪었던 일 끄적끄적

작성일 19-09-22 01:20 | 조회 1,632 | 공감 0 | 비공감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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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더 적고 싶지 않습니다

지금 원룸에 혼자 살고 있는데

그저께 마감하고 글 적고 집에 가서

잠은 둘째치고 씻지도 못했습니다

불 켠채로 그대로 밤 새고 오픈했어요

이제 괜찮을 줄 알았는데 아니었나봅니다

어제는 인천에 혼자 사는 친구집에서 잤습니다

자초지종을 설명하니 자기 밤새 게임할테니

걱정말고 쳐자라하더군요

개소리 하지말라고 할 줄 알았는데 제 얼굴이 말이 아니었나봅니다

계속 뒤척이다 실눈떠서 친구 게임 하는 거 확인하다

겨우 두세시간 눈 붙였습니다

그제 어제 괜히 글 썼다고 하루에도 수십번 후회했습니다

그래도 이왕 극복하려고 시작한 거 마무리는 해야할 거 같아

마음 다잡고 끝까지 적어봅니다




왜 잠이 깼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영화소리때문에 깬건지 그 때까지 켜져 있던 보조등 때문에 깬건지

잠에서 깼습니다

영화는 계속 재생되고 있었고

a는 눈을 살짝 뜨고 영화를 보고 있었습니다

안 자냐고 물어보니 잘거라고 그래서

잘 때 티비랑 전등이랑 다 끄고 자라고 그러고 잠이 들었습니다


다시 잠이 깼습니다

불이 다 꺼져있었는데 티비에서는 희미하게 빛이 나오더군요

너무 피곤한데 잠에서 계속 깨니 짜증이 났었던 거 같습니다

왜 아직도 안자고 있어 라고 물어보려하는데

a가 벽을 바라보는 자세로 등을 돌리고 있더군요

자나하고 몸을 일으켜서 a를 봤는데

오른손으로 침대를 치면서 땀을 뻘뻘 흘리고 있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침대 치는 그 진동에 깼던 거 같습니다



뭐야 왜 이러지? 아픈가? 라는 생각에

몸을 흔들었는데 일어나질 않더군요

어떻게 해야할 지 몰라서 찬물적신 수건으로 얼굴이라도 닦아주려고

화장실 가려고 다시 바로 누웠는데

스크린에 공포에 질린 여자 얼굴이 떠 있었어요

어둠 속에서 뭔가를 보면서 공포에 질린 눈동자였는데

얼굴은 기억이 잘 안나는데 그 눈동자는 아직도 선명히 기억납니다

그 부분에서 일시정지가 된건지 영상이 움직이질 않았습니다


섬뜩한 느낌에 괜히 혼잣말로 끄고 자라니까 하면서

리모컨을 찾아서 전원 버튼을 누르려고 하는데

소리를 듣습니다



타다다닥



방 구조가 어떻게 되어있었냐면

외문 열고 들어오면 오른쪽에 키 꽂는데가 있고

정사각형 타일의 신발 벗는 곳이 있고

내문을 열면 오른쪽에 쭉 벽, 그 벽에 벽걸이 티비가 걸려있고

내문 열자마자 바로 왼쪽으로 화장실, 화장실 벽쪽으로 컴퓨터가 있었고

벽걸이 티비 맞은편으로 침대가 있었습니다

소파가 있었던 거 같은데 기억이 나질 않습니다


그 소리가 내문이랑 화장실문이 있는 그 쪽에서 들립니다

침대가 안쪽에 있어서 현관은 바로 보이지 않습니다

보이지 않는 그 쪽에서 소리가 들립니다

그 즈음에 냄새가 납니다

정확히 표현을 못하겠습니다

물이 더러운 데 혹은 지하실에 오래 고여서 썩으면 나는 냄새 같기도 하고

땀을 많이 흘린 사람이 안씻고 그대로 몇일 있으면 나는 냄새 같기도 했습니다



본능적으로 뭔가 이상하다 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건 생각일 뿐이지 몸이 움직이질 않습니다

그냥 그 소리가 난 안보이는 내문쪽을 뚫어지게 쳐다보는데

소리가 한번 더 들립니다


타다다닥


그리고 안쪽으로 넓어지는 그 모서리 부분에

희미하게 검은색 실루엣이 보입니다

어두운 데서도 어두운 입체적인 어떤 것이 움직이면 그 이질감때문에 감지할 수 있듯이

검은 얼룩같은 게 벽을 타고 움직입니다

온몸이 새까만 3~4세 정도의 아기가 납작 엎드려서 벽을 기면 그런 모습일 거 같습니다


저도 그 때까진 몰랐습니다

사람이 극한의 공포에 질리면 소리도 안나옵니다

손가락 하나 까딱 못하겠고 내가 숨을 쉬는지조차 모르겠습니다

그냥 보는 거밖에 할 수 있는 게 없습니다


소리가 조금 가깝게 들립니다


타다다닥


점점 안쪽으로 들어옵니다 화장실 외벽에 있던 컴퓨터 위쪽으로 기어옵니다

냄새는 점점 심해집니다 물 비린내? 썩은내? 사람 몸에서 날 수 있는 최악의 체취? 정확히 표현이 안됩니다


그 때 제가 조금이나마 정신을 차린 게 침대 진동때문이었습니다

a가 침대를 또 쳤던 거 같습니다

순간 들은 생각이 불이었습니다

불을 켜야겠다 전등을 켜야겠다 이 생각밖에 안났습니다

시선은 그 실루엣에서 뗄 수가 없습니다

시선을 떼는 순간 미쳐버릴 거 같습니다

조금이나마 정신을 차리며 돌아온 감각에 손에 리모컨을 쥐고 있던게 생각납니다


보통 리모컨 위쪽에 전등버튼이 있는 걸 기억해서 온 힘을 짜내 위쪽에 있는 버튼을 마구 누릅니다

전등은 안꺼지고 티비 전원이 꺼집니다

순간 티비에서 나오던 희미한 빛마저 사라지고 검은 실루엣이 망막에서 사라집니다


그 순간의 공포는 살면서 다시는 못 겪을 거 같습니다

안 미쳐버린 게 다행이려나요


극한의 상황에 빠지면 초능력을 발휘하듯이

순간 침대 옆에 작은 스탠드가 있는 걸 기억해냅니다

살고싶어서 무의식중에 기억해 낸 거 같습니다


타다다닥


소리가 한번 더 들리고 미친듯이 손을 더듬어 스탠드 전원을 켭니다

딸깍 소리와 함께 주황색 불빛이 퍼지고 소리가 들립니다


타다다닥 타다다닥 타다다닥


마지막으로 실루엣을 보았던 자리에 시선을 고정해놨는데

보이지 않습니다

리모컨으로 불이란 불은 있는 대로 다 키고

미친듯이 a를 흔듭니다

a가 일어나자마자 땀 범벅이 된 얼굴로 여기 무섭다고 오빠 여기 무섭다고 하다가

저를 보더니 놀라서

근데 오빠 왜 그렇게 울고 있냐고


옷만 챙겨입고 나가자고 빨리 나가자고

아무 말도 하지 말고 우선 나가자고

제 그런 표정을 처음봐서 자기도 놀랬는지

정신없이 옷을 입고 나가려고 하는데

냄새가 납니다 발이 안떨어집니다

나가려면 화장실 문 옆을 지나서 나가야되는데

화장실 불까지 다 켜놨는데 도저히 발이 떨어지지 않습니다

벌벌 떨고 있으니 a가 울면서 왜 그러냐고 무슨 일이냐고


나가야 된다는 본능 하나로 a한테

화장실 쪽 쳐다보지 말고 그냥 나가라고 그 쪽 보지 말라고

그리고는 손 붙잡고 신발만 손에 들고 미친듯이 뛰쳐나왔습니다

복도로 나왔는데 위에 미등이 켜져있고 바로옆에 비상계단

반대쪽 복도 끝에 엘레베이터가 있습니다

엘레베이터까지 갈 엄두도 안나고 엘레베이터를 탈 자신도 없고

비상계단으로 뛰어 내려가는데

어떻게 1층까지 내려왔는지는 기억이 안납니다

다리가 후들거려서 몇번이나 미끌어지려던걸 a가 몇번이고 잡아줬습니다

울면서 왜그래 도대체 왜그래 천천히 가 넘어져 라고 하면서


로비는 들어왔던 그대로 어둑어둑하고 사람이 없습니다

그냥 입구로 뛰쳐나와 큰 길로 나왔습니다

인도에 그래도 2~3명 걸어다니고 찻길에 차들이 다니는 걸 보니

아 살았다 라는 생각에 다리가 풀려서 주저앉아버렸습니다

a가 택시를 잡고 안산중앙역으로 가자고 했습니다

주저앉아 있는 저를 끌고 택시에 앉히는데

택시 뒷좌석을 얼마나 확인하고 탔는지 기억이 선명합니다


중앙역 부근에 도착 어느 편의점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편의점에 들어가서

해 뜰때까지 앉아있었습니다

a는 옆에서 훌쩍거리면서 무슨 일이냐고 묻는데

아무 얘기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


a가 전날 만난 친구커플한테 전화해서

집에 가도 되냐고 남자친구가 이상하다고

그래서 그 친구커플네 집에 갔습니다

a 말로는 친구네 집에 들어가자마자 기절하듯이 쓰러졌다고 했습니다


저녁 때쯤 일어나서 무슨 일이냐고 묻는데

도저히 말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말을 하고 싶지도 않았고

그냥 a한테 물어봤습니다 왜 티비 안끄고 돌아누워서 자고 있었냐고

티비도 안끄고 불도 안 끄고 잠이 든 것 같은데

악몽을 너무 심하게 꿔서 가위 눌리는 것 같은 와중에

오빠가 깨워서 여기 이상하다고 무섭다고 한거라고

진짜 오랜만에 가위 눌린 것 같아서 그랬다고 했습니다





여기까집니다

제가 몸이 너무 안좋다고 하니까

고맙게도 주중 매니저가 오늘 마감 자기가 하겠다고

좀 쉬라고 해서 저녁 8시에 퇴근해서 사람 많은 피씨방에 와서

힘들게 글 마무리 합니다

중간중간 글 적기가 너무 힘들어서 유튜브 재밌는 영상 보면서

적었더니 너무 시간이 오래 걸렸네요


제가 본 게 뭐였던 느낀 게 뭐였던

이건 어떻게 극복할 수 없는 기억인 것 같습니다

한동안 못 들어오겠네요

나중에 글 지우도록 하겠습니다


영등포 모텔 글에서 제 댓글에 본인도 비슷한 경험 있다고 대댓글 다셨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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