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은 전반 2분 상대 진영 왼쪽에서 골문 앞으로, 번리 수비진을 단번에 허무는 크로스 패스를 연결했다. 개러스 베일이 달려들며 오른발을 갖다 대 골망을 흔들었다. 3-0으로 앞선 후반 10분, 손흥민은 왼쪽 하프라인 부근에서 볼을 잡고 뛰었다. ‘70m 원더골’ 굴욕을 떠올린 번리 수비진 5명이 순식간에 그를 둘러쌌다. 그 순간 손흥민은 페널티박스 오른쪽에 노마크로 있던 베일에게 볼을 내줬다. 베일은 왼발 슈팅으로 또 한 번 골망을 흔들었다.
손흥민은 풀타임을 뛰며 해리 케인, 에릭 라멜라 등에게 날카로운 패스를 찔러줘 여러 차례 골 찬스를 만들었다. 풋볼 런던은 “동료의 골 결정력이 좋았다면 손흥민은 훨씬 더 많은 어시스트를 기록했을 것”이라고 칭찬했다. 프리미어리그 사무국은 손흥민을 ‘킹 오브 더 매치(최고 활약 선수)’로 뽑았다. 온라인 팬 투표로 선정하는데, 손흥민은 2만3896표 가운데 39.3%를 득표했다.
‘KBS(케인-베일-손흥민) 삼각편대’가 모처럼 살아난 것도 수확이다. 베일이 손흥민의 어시스트로 2골·1도움, 케인은 1골을 기록했다. 지난 시즌까지 레알 마드리드(스페인)에서 뛴 베일은 올 시즌 큰 기대 속에 토트넘이 임대했다. 그런데 베일의 경기력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이날 경기 전까지 리그 1골에 그쳤다.
그랬던 베일이 최근 좋아진 경기력을 선보이고 있다. 손흥민과 호흡을 맞추면서다. 베일은 최근 4경기에서 7개의 공격포인트(4골·3도움)를 기록했는데, 그 절반 가까운 3개(2골·1도움)를 손흥민과 합작했다. 베일은 “시즌 초보다 컨디션이 많이 올라왔다. 내가 토트넘으로 이적한 이유는 손흥민, 케인과 함께 뛰기 위해서였다. 이들과 함께 그라운드를 누빌 수 있어서 기쁘다”고 우회적으로 동료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손흥민은 삼일절을 맞아 의미 있는 세리머니도 펼쳤다. 베일의 선제골을 도운 직후, 손흥민은 양 손가락으로 ‘K’, 베일은 ‘W’ 글자 모양을 만들었다. 경기 후 손흥민은 “한국(Korea)의 ‘K’”라고 설명했다. 베일은 웨일스(Wales) 출신이다.
손흥민이 글자 세리머니를 시작한 건 지난달 19일 유로파리그 32강 1차전 볼프스베르거전(4-1승)부터다. 베일의 도움으로 선제골을 터뜨린 뒤 손가락으로 ‘W’를 만들었다. 2018년 만난 한국의 백혈병 어린이 팬에게 했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손흥민은 “지난 (2018년 러시아) 월드컵이 끝나고 한 캠페인을 통해 (그 어린이 팬에게) 세리머니를 못 해 미안하다고 말한 적이 있다. (이번) 세리머니는 어린이에게 잘 전달됐다고 재단에서 연락이 왔다. 조금이나마 희망을 줄 수 있다는 자체가 고맙다”고 말했다.
손흥민 3·1절 세리머니, 찰칵 대신 KOREA 의 댓글 (1개)